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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채정 컬럼] 2024년, 서울의 봄

시사앤피플 | 기사입력 2024/02/29 [13:26]

[이채정 컬럼] 2024년, 서울의 봄

시사앤피플 | 입력 : 2024/02/29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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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채정 국회미래연구원 부연구위원    

[시사앤피플] 하석상대(下石上臺). 아랫돌 빼서 윗돌 괴고 윗돌 빼서 아랫돌 괸다는 뜻으로, 임시변통으로 둘러맞추는 상황을 의미한다. 정책실패를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비판이 이러한 미봉책 위주의 의사결정이다.

 

정책결정과정에서 문제해결(resolution)을 위해 애쓰기보다는 미루고 미루다 결국은 진빼기(flight)와 날치기(oversight)로 정책이 결정된다는 것이다. 심지어 중요한 문제일수록 문제 해결 가능성이 떨어지고 진빼기와 날치기 행태가 심해진다는 것이 쓰레기통모형(garbage can model)을 제시한 코헨(Michael D. Cohen)·마치(J. March)·올슨(John P. Olsen)의 주장이다. 오죽하면 쓰레기통모형이라는 명칭의 이론이 다 등장했나 씁쓸할 따름이다.

그러나 쓰레기통모형을 발전시켜 다중흐름모형(Multiple Streams Framework)을 제시한 킹던(John W. Kingdon)은 상대적으로 낙관론자였던 모양이다. 정책의제설정은 독립적으로 움직이는 문제, 대안, 정치의 흐름(stream)이 기회의 창(window of opportunity)이 열려 결합할 때 가능하며, 대중의 관심을 끄는 초점사건(focusing event)이 발생하거나 선거에 의한 권력의 교체가 이루어질 때 기회의 창이 열릴 수 있다고 보았다. 드물지만 중요하고 복잡한 문제 해결을 위한 정책결정이 가능한 기회가 있고, 그 기회를 잘 활용하면 정책을 통해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관점이다.

한국은 2025년 초고령사회(super-aged society; 인구의 20% 이상이 65세 이상)에 진입하게 된다. 설상가상으로 2023년 3분기 0.7명을 기록한 합계출산율은 반등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급격하게 역삼각형 인구구조로 변화하면서 지속적으로 국민연금의 기금 소진 시점이 앞당겨지고 있고, 정부는 2023년 기준 2055년에 국민연금기금이 고갈될 것으로 전망했다.

 

작년 10월 정부 산하 전문가위원회인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는 보험료율·지급개시연령·기금수익률·소득대체율을 각각 조합한 24개 국민연금 개혁 시나리오를 담은 최종보고서를 정부에 제출하였고, 정부는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 수급개시연령 수치가 포함되지 않은 「제5차 국민연금종합운용계획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가 공을 넘겨받았다. 지난 12월, 연금특위 민간자문위원회는 보험료율 13%·소득대체율 50% 안과 보험료율 15%·소득대체율 40% 안 등 좀 더 단순화한 국민연금 개혁 시나리오를 제시하였고, 연금특위 전체회의에서는 국민연금 개혁을 위한 공론화위원회 구성이 합의되었다.

 

2024년 1월 31일 출범한 연금개혁공론화위원회는 의제숙의단이 구체화한 국민연금 개혁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오는 4월 총선 이후 시민대표단이 숙의를 거쳐 연금개혁 방안을 도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국회는 연금개혁공론화위원회 결과를 바탕으로 최종 개혁안을 마련해 21대 국회가 종료되는 5월 30일 이전까지 「국민연금법」 등 관계 법률의 개정을 마칠 계획이다.

일각에서는 연금개혁공론화위원회를 통하여 국민연금을 개혁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회의적이다. 국회에서 여러 차례 연금개혁이 논의되었으나 결실을 보지 못한 전례가 있고, 공론화 결과 수용 여부에 대한 강제성이 없으며, 제22대 국회의원선거 이후 종료가 임박한 제21대 국회가 관계 법률 개정을 추진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4.10 총선 이후는 전 국민이 이해관계자인 국민연금 개혁을 위한 공론조사와 국회 권력의 변화가 예정된 기회의 시간이기도 하다. 긴 시간 놓쳤던 국민연금 개혁을 해낼 수 있는 기회의 창이 드디어 열리는 시점이기도 한 것이다.

그러니 이번에는 반드시 해내야 한다. 국민연금을 개혁하지 못하면 우리는 매년 앞당겨지는 국민연금기금 소진 시점에 대한 뉴스를 접하며 노후를 걱정해야 한다. 부부가 아이 하나 낳아 기르기도 어렵다고 생각하는 사회에 더하여 국민 대다수가 노후의 궁핍을 염려하며 장수가 재앙이라고 생각하는 사회를 마주하게 될지도 모른다.

 

참여민주주의(Participatory Democracy)와 숙의민주주의(Deliberative Democracy)를 결합한 공론조사는 시민이 정책결정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통로이다. 연금개혁공론화위원회는 공정하고 투명한 공론조사를 통해 시민대표단의 의견을 모아 국민연금 개혁 방안을 도출해야 한다. 그리고 국민을 대리하여 입법권을 행사하는 국회의원은 본분을 잊지 말고 기필코 관계 법률의 개정을 완수해야 한다.

선출직인 국회의원에게 가장 두려운 것은 투표를 통한 국민의 심판일 것이다. 마크 트웨인(Mark Twain)은 자신이 가장 두려워하는 일을 하면 두려움은 확실히 죽는다(Do the thing you fear most and the death of fear is certain.)고 했다.

 

온국민의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국민연금 개혁에 앞장서는 것은 지지율을 자진해서 떨구는 어리석은 일이라고 두려워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 두려운 일을 해낸다면 오랜 불신을 깨고 침몰하는 대한민국호가 순항할 수 있도록 선로를 튼 국민을 위한 국회로 남아, 결국은 국민의 지지를 얻게 될 것이다.

2024년 서울의 봄이 대한민국 국회가 국민의 참여와 숙의에 기반하여 입법을 통해 노후소득보장제도를 개혁한 역사로,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도약의 역사로 기록되기를 바란다.(출처 : 국회미래연구원 2월 26일 미래생각)

 

* 이채정 국회미래연구원 부연구위원

* 이 기고는 <시사앤피플>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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