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앤피플] 다가오는 6월 3일은 지방선거일이다. 지방선거는 주민들의 높은 관심 속에 후보자들이 지역발전의 이슈를 제기하고 정책과 공약의 경쟁과정을 거쳐 훌륭한 지방의원과 단체장을 뽑는 과정이다.
지방선거에 쓰이는 선거비용은, 육동한 교수에 의하면, 5천억에서 1조원에 달한다. 문제는 막대한 선거비용에 비해 선거 성과가 그리 좋지 않다는 것이 큰 문제다.
지방자치 행정이 본격화된 지 어느덧 30년이 넘었다. 1991년 지방의회 구성과 1995년 민선 지방자치단체장의 출범은 한국 사회에 민주주의의 기틀이 마련되었지만, 우리가 마주한 지방자치의 성적표는 그리 달가운 수준이 아니다.
4년 마다의 선거에서 단체장과 지방의원을 뽑는 것만이 마치 지방자치인 것으로 잘못 알고 있다. 5천억 이상이 들어가는 선거비용에 대한 개념이 없고, 피부로 느끼는 삶의 질 개선이 미미한데도 문제의식들이 별로 없다.
지방자치는 Self-Governance이다. 주민들을 대리하여 단체장과 지방의원이 주민들의 삶이 개선되는 '생활자치'를 하여 지역을 풍요롭게 하라는 것이다. 생활자치란 지방자치단체가 주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일상을 소중히 여기며, 지역경제의 활성화, 생활인구의 확대, 찾아가는 행정서비스 제공, 그리고 불필요한 예산낭비를 줄여 주민의 편의를 개선하는 등, 행정기관의 입장에서가 아니라 주민의 입장에서 실질적인 삶의 영역에 집중하는 행정 방식이다.
하지만 현재의 지방자치 행정은 조금 친절해졌다는 것을 제외하면, 지방자치 이전과 행정 행태가 달라진 게 거의 없다. 단체장이 임명직에서 선거직으로, 지방의회가 새로 생겼다는 것 제외하고는, 주민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지역경제 활성화 등 생활 개선형 정책들은 별로 보이지 않는다.
지방선거가 지방 이슈, 자질 검증, 공약 경쟁이 없어진 형식적 선거로 반복되는 이유는, 정당 공천제나 지역 패권정당에의 ‘묻지마 투표’도 있지만, 본질적인 이유는 행정의 성과가 주민의 일상에 닿지 못하면서 나타난 무관심 탓이 크다.
자치 이전에는 공무원이 잘못하면 인사권자가 즉각 반응해주는 구조였지만, 지금은 공무원이 지방자치단체장의 신임만 받고 있으면 권력을 오남용하거나 주민 위에 군림하더라도 이의제기할 곳이 거의 없다.
지금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의 거의 모든 지역이 인구소멸로 존폐가 거론되는 상황이다. 지역 소멸이라는 절박한 위기 속에서도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들은 지역경제의 실질적 주체인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중소기업들에 대한 적극 행정을 외면하고, 구태의연한 행정 행태를 반복하고 있다. 더욱 심각한 점은 주민들조차 이러한 구태를 당연하게 받아들이며, “나라가 다 알아서 하겠거니” 하는 국가주의적 사고로, 스스로의 권리인 생활자치를 강하게 요구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행정에 호루라기를 불어야 할 시민단체들도 정치권력화 되면서 본연의 기능을 상실해 가고 있다. 참 답답한 상황이다. 현재 지방자치법에는 주민들이 직접 시정조치에 참여하고 감시할 수 있도록 강력한 장치들이 있다.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이 행정을 잘못하거나 본연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할 경우를 대비해 주민들이 제재할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장치이다. 중앙행정에는 없는 장치들이다.
주민투표를 통해 지자체의 기관구성 방법을 변경할 수 있는 권한부터 조례의 제정 및 개폐 청구권, 주민 감사청구권, 부당한 재정 행위에 대한 주민소송권, 그리고 단체장과 지방의원의 신분을 박탈하는 주민소환권, 정보공개 창구권 등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장치들은 단체장과 지방의원이 주민본위의 생활자치를 펼치도록 강제하기 위해 도입된 소중한 수단들이다.
지역이 소멸되고 있다. 이제는 생활자치와 경제행정을 위한 주민운동이 필요하다. 생업을 갖고있는 시민들이 지방자치법이 준 시정조치들을 발동해서 지방행정이 자치목적에 맞게 가도록 해야 한다.
지역경제 활성화시킬 내용으로 조례를 제개정 요구하고, 지방자치법 학습하여 행정감시 역량을 키우며, 지역경제 활력을 위한 경제정책들을 능동적으로 건의해야 한다. 주민이 나서지 않으면 지역경제를 책임지는 기업인을 가볍게 여기는 구태행정이 반복될 것이다.
* 박승주 세종로국정포럼 이사장(전, 여가부 차관) * 이 기고는 <시사앤피플>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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