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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기옥 시인의 시 감상] 삶의 여정

강기옥 기자 | 기사입력 2025/09/20 [00:49]

[강기옥 시인의 시 감상] 삶의 여정

강기옥 기자 | 입력 : 2025/09/20 [00:49]

  삶의 여정

                                      서담 윤 태 환

 

  볍씨는 스스로 뿌려지지 않는다

  누군가의 손끝에서 흙 위에 놓일 뿐

  한 뼘 키를 재면

  그 자리는 머물 곳이 아니라

  떠나야 할 땅이 된다

 

  익숙함을 등지는 건 두렵지만

  성장을 위한 조용한 이별

  다시 뿌리 내린 새 땅은

  흙냄새부터 낯설고 물맛도 다르다

 

  그러나

  햇살은 어디서든 따뜻했다

  나는 한 알의 볍씨처럼

  옮겨지고 견디고

 

  마침내

  황금빛 이삭이 되어

  바람 속에 속삭인다

 

 [작품평] 시인은 바람 속에 살아야 한다. 바람에 날리며 보이는 사물 속에 내재한 존재의 의미를 발견하여 시로 표현해 내기 때문이다. 예술이 여행을 통해 좋은 작품으로 탄생하지만 특히 시는 사물과의 교감을 시화(詩化)해내기 때문에 여행은 필수적인 통과 의례다. 그 여행이 곧 삶의 여정이다.

 

 

  윤태환 시인은 <삶의 여정>을 볍씨의 일생에 적용하여 서사적인 내용을 짧은 시로 압축해냈다. 못자리에서 무논으로 터전을 옮겨야 하는 볍씨의 성장 과정을 인생에 대유하여 독자의 심성을 자극한다. 볍씨는 농부의 손에 의해 뿌려져야 새 삶이 시작된다. 살뜰한 보살핌으로 곱게 자란 그곳이 삶의 터전인 듯 평화를 누리지만 물이 철벙거리는 논으로 옮겨야만 만족한 결실을 맺을 수 있다.

 

 

  볍씨의 성장 과정을 통해 윤태환 시인은 떠남이 존재의 의미를 찾아가기 위한 과정으로 읽어낸다. 그것을 성장과 발전을 위해 새 삶의 터전으로 옮겨가는 인간의 삶으로 승화해낸다.

 

민들레 씨앗이 솜털에 실려 멀리 날아가 좋은 꽃을 피우듯 사람도 부모와 고향을 떠나는 아픔을 감내해야 성공할 수 있다는 교훈이다. 성장기와 학동기를 거쳐 가정이라는 보금자리는 떠나야 하는 과정이 꼭 볍씨의 일생과 같다는 의미다.

 

 

  릴케가 <가을>에서 사물을 단순한 사물로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그 내면의 의미를 찾아 시화해내듯 윤태환 시인도 황금빛 벼 이삭에서 냉혹한 현실을 이겨낸 삶의 여정이라는 의미를 찾아냈다.

 

한 뼘 키를 재면/ 그 자리는 머물 곳이 아니라/ 떠나야 할 땅이 된다는 깨달음은 익숙함을 등지는 건 두렵지만/ 성장을 위한 조용한 이별로 인식한 것이다. 그러면서 다시 뿌리 내린 새 땅은/ 흙냄새부터 낯설고 물맛도 다르다며 젊은 날 삶의 터전에 뿌리내리기까지의 과정이 만만치 않았음을 고백한다.

 

  기승전결의 4연으로 시상을 전개하여 시형에서도 완벽성을 보이며 주제를 강조한 기법이 돋보인다. 1, 2연에서는 떠남의 아픔을 점차 심화하여 안타까운 마음을 들게 하더니 3연에서는 반전의 기법으로 분위기를 전환했다.

 

그 연장선에서 4연의 따뜻한 결말이 독자를 편안하게 한다. 고진감래라는 성공적 인생을 표상한 시라서 윤태환 시인의 삶이 어떠했는지 유추하게 한다. 골프를 시에 접목한 접근도 돋보이는데 그가 사는 강남을 사랑하는 향토적 작품이 많아 정겹고 따스한 시심이 작품 속에 녹아 있다.

 

그리움은 나이 들지 않는다의 상재를 축하하며 독자 여러분의 일독을 권한다.

 

* 강기옥 시인, 본사 편집국장

* 이 기고는 <시사앤피플>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강기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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